여행 & 수화 ...

[스크랩]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이순구의 순박한 그림

열국의 어미 2008. 7. 13. 14:39



이순구_웃는얼굴-가족_캔버스에 유채_60.6×72.7cm 2008

 

오늘 오후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일을 빨리 마치고 KBS 방송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낭독의 발견>에 참여하려고 신청을 했었어요. 좋아하는 소설가 천운영씨가

나오는 차례였거든요. 요즘 봄비는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마치 변덕스런 새색시 같기도 하고, 접시에 너무 많은 반찬을

올려 놓은 탓에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미식가의 하늘빛을 닮았습니다.



이순구_웃는얼굴-노부부_캔버스에 유채_72.7×90.5cm_2008

 

여의도에 내려 시원한 미풍 맞으며 방송국으로 걷다

갑자기 쏟아지는 여우비를 피해 커피색 우산을 펼칩니다. 멋쟁이는

장우산을 쓰는 법이라며, 명화가 프린트된 우산을 펼치면 마치 캔버스를

머리에 받고 걷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각으로 쏟아지는 비는 인중을 타고 긴 코끝의

외곽선을 따라 흘러내릴 때면, 지독한 난시로 고생하는

제 안경위로 흐르는 빗방울은 시야를 왜곡시키고, 내 앞에 펼쳐진

물기 머금은 풍경들은 미처 말리지 못한 가슴의 상처속을 헤집고 들어오지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방송에 나온 천운영 작가의 테마는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방송 이야기는 수요일날 방송 후에 후기형태로 올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작가 이순구는 만화영상학을 전공했습니다.
만화같은 유화랄까요. 캔버스에 그려진 영상들은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이순구_웃는얼굴-소년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08
 
요즘 신문을 펼치면 하나같이 웃을일이 없는 세상같기만 합니다.
예전 연기이론을 공부할때,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이란 책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연극에도 희극과 비극이 있고, 어떤 것이 먼저였나를 따져묻는 해묵은 논쟁이 있지요.
인간은 눈물을 먼저 배운 후, 웃음을 배웠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입니다만
솔직히 어떻게 명확하게 그걸 알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적인 테두리를 벗어난 웃음, 희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이란 사람들과의 공범의식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따스한 인간의 테우리를 벗어난 웃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빨강색 조끼,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는 꼬마의 가지런한 두손이 유독 곱습니다.
환하게 웃을때 황토빛 대지에 퍼져가는 꽃이파리도 예쁘지요.



이순구_웃는얼굴-아이Ⅱ_캔버스에 유채_61.5×45.5cm_2008

〈웃는 얼굴〉의 이미지는 다분히 기호적입니다.
 웃음이란 일정 조건에서 15개의 얼굴근육이 수축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반사운동입니다.
우리의 기대치가 무너질때, 방심할 때 웃음은 찾아옵니다.
민첩해야 할 복싱선수가 게슴프레 눈을 뜨고 느린 주먹을 허우적 댈때
우리는 웃습니다. 우리 스스로 기대하고 있는 것과 반대된 행동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순구_웃는얼굴-아이Ⅲ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08


작가 이순구는 2004년부터 회화와 기호에 의한 방법과 사람사이에

익숙하면서 소통이 원활한 특징을 드러내는 회화언어를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림이란 상대에게 읽히고 보이는 시각적인 기호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

그 소통의 핵심은 바로 웃음이라고 믿고 싶었다던 작가의 작은 희망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순구_웃는얼굴-토론_캔버스에 유채_45.5×61.5cm_2007


옛날 왕들은 장수를 위해 별의 별 장치들을 두었는데요.

그 중에 자신을 웃기기 위해 '웃음내시'란 걸 두었다는 군요.

그러고 보면 웃음만큼 인간의 신체에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긍정의 힘을

내면에 불어넣는 좋은 운동도 없지 싶습니다. 성인과 아이 모두 할것 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신종 피부병인 아토피도 이 웃음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중요성이야 더 할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 정국이 너무 어수선 합니다.

일방통행하는 정권과 대항하는 시민권력의 마찰

소통의 근간이 되어야 할 웃음은 간데없고, 썩은 미소만 날리게

만드는 지금의 현실들이 조금은 완화되고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의 그림을

걸어놓습니다. 환하게 웃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람하면서요.




이순구_웃는얼굴-함박이_캔버스에 유채_45.5×53.0cm_2008

 

웃음은 세상의 모든 이들을
떠나가게 하는 눈부신 햇살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생기발랄한 꽃이다

웃음은순수한 사람들이
즐거울 때 보여주는 마음의 표현이다

살감 속에 즐거울 때면
때묻지 않은 거짓없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용혜원의 <웃음> 전편

 

힘들더라도 웃을수 있는 자에겐 여전히 희망의

그림자가 따라온다는 철학자의 말을 기억해 봅니다.

아쯔시 토노의 연주로 듣습니다. Passing Rain......이 비가 그치고 나면

더욱 환한 하늘빛 아래 우리의 마음을 말릴수 있겠지요? 믿어보세요. 그리고 웃어보세요. 환하게......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