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스크랩] 사랑법 /강은교

열국의 어미 2017. 7. 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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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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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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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국의 정원





고독 / 강은교

                 

잠자리한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두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구름 곁 바람이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네
잠자리 두 마리도 울기 시작했네
놀란 웅덩이도 잠자리를 안고 울기 시작했네

눈물은 흐르고 흘러
너의 웅덩이 속으로 흐르고 흘러

너를 사랑한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후니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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