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스크랩] 저녁놀 – 유치환

열국의 어미 2018. 2. 19. 06:58




저녁놀 유치환


 

굶주리는 마을 위에 놀이 떴다.

화안히 곱기만 한 저녁놀이 떴다.

 

가신 듯이 집집이 연기도 안 오르고

어린 것들 늙은이는 먼저 풀어져 그대로 밤자리에 들고,

 

끼니를 놓으니 할 일이 없어

쉰네도 나와 참 고운 놀을 본다.

 

원도 사또도 대감도 옛같이 없잖아 있어

거들어져 있어 -

 

하늘의 선물처럼

소리 없는 백성 위에 저녁놀이 떴다.

 

(청마시집-1954)



                

 

(My Melancholy - Vadim Kiselev)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방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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