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스크랩]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열국의 어미 2018. 2. 19. 07:38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순간순간 죄는 색깔을 바꾸었지만

우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때로 우리 머릿 속의 흔들리기도 하던 그네,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길바닥 돌 틈의 풀은 목이 마르고

풀은 草綠의 고향으로 손 흔들며 가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풀은 몹시 목이 마르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황황히,

가슴 조이며 아이들은 도시로 가고

지친 사내들은 처진 어깨로 돌아오고

지금 빛이 안드는 골방에서 창녀들은 손금을 볼지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물 밑 송사리떼는 말이 없고,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Peacefully - Giovanni Marradi)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방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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