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꽃에 관한 시 모음

열국의 어미 2010. 7. 2. 20:33

 

 

 

달맞이꽃 - 김/종/섭

풀잎이 찬 바람에 누워
별들을 세고 있는 강둑에서
꽃처럼 기운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둑에 떨어져 잘려나면서
손을 저었다. 너를 향하여
그림자 지운 적막한 언덕에선
시든 달맞이꽃 그날을 웃고 섰는데

어쩌란 말인가 정말 어쩌란 말인가
꺼지지않는 불씨하나
끝나지 않은 사랑의 연습을
강물이 열리고
잠든 평원에 강물이 열리고

첫눈이 녹아지면서
또 내리고 있는데
달맞이꽃 그날 우리는
다시 역류의 언덕에서 바라보겠네.
잃어 버린 세월 마디를 풀며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도라지꽃 - 이/해/인

얇게 받쳐 입은 보라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 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송가를 바쳐 주겠니.



동백꽃 - 문/충/성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들어본적 있느냐.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한 겨울 캄캄함을 밟아 올 때
제주바다는 이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찬바람을 몰아다니던 낙엽 소리 돌돌 잠재우며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나의 잠속에 묻혀가고 있다.




노랑제비꽃 -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욱 따뜻하리.
감옥의 풀잎 위에 앉아 우는 햇살이여,
인생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창 밖에는 벼랑에 핀 노랑제비꽃



목련 - 김/수/복

봄물 오르는 내 몸 속이
왜 이리 소용돌이 칠까
무엇이 나를 이리 달아오르게 할까

몸속의 길이란 길이 큰 길이 되어
어지러운 거리에 나가 바로 서면서
왜 이리 나를 가만 두지 못할까

몸속의 뜨거운 길이 솟아올라
내 몸속 사랑의 끝에서
우뚝우뚝 꽃봉우리를 터뜨릴까

나는 한 그루 목련으로 넘어가는 역사의
그늘로 지키고 섰다.




물망초 - 김/남/조

기억해 주세요
부디 날 기억해 주어요.
나야 이대로
못 잊는 연보라의 물망초지만
혹시는 날 잊으려 바라시면은
유순히 편안스레 잊어라도 주어요

나야 언제나 못 잊는 꽃이름의 물망초지만
깜깜한 밤에 속 이파리 피어나는
나무들의 기쁨
당신 그늘에 등불 없이 서 있어도
달밤 같은 위로 사랑과 꽃이
영혼의 길을 트고 살았을 적엔
미소와 도취만이 큰배 같던것

당신이 간후
바람곁에 내 버린 꽃빛 연보라는
못 잊어 넋을 우는 물망초지만
기억해 주어요
지금은 눈도 먼 물망초지만




배꽃피면 - 마/종/하

배꽃이 피면 내님은 돌아올까
은의 왈츠 반짝이는 달빛 속에
그대의 웃는 이빨 차고 시려서
배꽃이 피면 강물도 푸르러
불 밝힌 열차가 서럽게 떠나는 밤
저녁 잠결에서 깨어나 앉으면
창밖엔 어느새 희게 웃는 바람 소리
빗발은 맑게 꽃잎에 부서지고
멀리서는 떠난 밤차의 긴긴 울음 소리
배꽃이 피면 끊어질 듯 서러워
달빛은 흘러내린 산모래를 적시고
그대의 물빛 크림 향기도 싱그러워
그대의 밝은 손은 내 가슴에 어른거려
오, 토를 묻네 눈을 감네 향기로 뜨네




백목련 - 양/선/자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가.
더러는 강물이 되어
혹은 하늬바람이 되어
우리들 메마른 가슴에
수액으로 출렁이나니
아, 눈부셔라.
그대 순결한 영혼의 눈 듬이여
어느 집 뜰 아래
잠들지 못하고 홀로 켜 있는
시월의 혼령 외등이여.




백합의 말 - 이/해/인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 되살아 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의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당신의 부재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전사의 나팔 소리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손꿑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사루비아 - 안/도/현

사루비아
당신은 더운 음악이어요.
한 마당 가득 서러운 가을별 속에서
이웃 사랑으로 가슴을 씻고
피 흘리며 타고 있는 슬픔 같은 것이어요.

꿈결 이마위로 날아들던 나비 같은 몸짓으로
바람빛을 일으켜 더러는
못 견디게 저려드는 몸살이었다가
때론 먼 우주의 별빛을 태우는
소망의 노래가 되어 가을 한 철
더운 빛깔의 곷덩이, 덩이로 살아요.

사철이 피고 지는 노을 무성한 구만리 밖으로
비늘져 보이는 가을 무수한 날개짓으로
햇볕을 털고 저무는 목숨의 한 끝에서
당신은 더운 물빛이 되어
이웃 사랑의 숨결을 씻어내어요.
더운 향기가 혼을 씻어 내어요.
당신은 더운 음악이어요.



선인장 - 이/도/현

따갑게 살을 데운 너는 미인의 얼굴
숨 가쁘게 달려온 아내의 귓속말이
촉석루 노을이 탄대요.
논개 입술이 탄대요.

가시가 돋아 향기 짇은 여인아
조그만 뜰이기에 더욱 다정한 빛
십자매 마주보는 눈
꽃망울이 젖는다.




안개꽃 - 이/수/익

불면 꺼질 듯
꺼져서는 다시 피어날 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 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 올릴수 없는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고 없는
그런 막연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초변의 꽃.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형상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아!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