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오체 불만족'의 오토다께

열국의 어미 2010. 8. 3. 10:37

오체 불만족

 

 

 

 

 

 

 

 

 

 

지은이: 오토다케 히로타다.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서 10센티미터 남짓 자라났다.그런 팔다리로 달리기, 야구, 농구, 수영등을 즐기며,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일본의 명문대학인 와세다대학 정경학부 정치학과에 재학중이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팔다리가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 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장벽 없애기(barrier Free)'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고 위트이고 감동 깊게 담은 「오체불만족」은 현재 일본에서 최단기간에 300만부 돌파라는 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독자들로부터 복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떠한 시련도 행복의 기회일 뿐, 불가능은 없다.

사지절단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안고 태어난 이 책의 지은이는 올해 22살의 오토다케씨. 자신의 삶을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장애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KBS 9시 뉴스

․그의 유년시적 별명은 ‘휠체어의 왕자’ ‘나폴레옹’이었다. 주눅 들기는커녕 골목대장 노릇을 해서 붙여졌다.

․불구라 해서 그의 인생이 어둡고 슬픈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글은 밝고 위트에 넘친다. 「오체불만족」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불구의 몸을 가진 이웃을 포용해야 할 것인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조선일보

․보호보다는 자립의 측면에서 그를 이끌어 준 부모와 교사들의 태도 역시 당사자 못지 않게 귀감이 된다. -한겨레 신문

․그의 밝고 선한 얼굴을 보면 누구도 장애를 느끼지 못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재치 있고 감동 깊게 그려냈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는 교훈과 함께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감동을 건네준다.

 

 

 

 

1976년 4월 6일. 한 아이가 갓 태어났다.

건강한 사내아이였고 평범한 부부의 평범한 출산이었다. 그 사내아이에게 팔과 다리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선천성 사지절단. 쉽게 말해서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출산과정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살리드마이드를 잘못 복용해서 생겨난 결과도 아니었다. 원인은 지금도 모른다. 초개성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난 산모에게 너무 큰 충격이 된 것을 염려한 병원 측에서 ‘황달이 심하다’고 둘러대는 바람에 어머니와 나는 한 달이 넘도록 만날 수 없었다.

어머니가 날 보는 순간 기절할 것에 대비해서 병실까지 준비해 두었다. 아버지와 병원, 그리고 어머니를 둘러싼 긴장감은 그렇게 높아만 갔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대성통곡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질 것을 염려한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비록 팔다리는 없었지만 배 아파 낳은 아들.

이렇게 성공적인 ‘모자간의 첫 대면’은 곁에서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감동 그 이상으로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랬다. 어머니가 나를 만나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기쁨’이었다.

 

좌우의 어깻죽지부터 허리 중심부에 걸쳐 마치 V를 그려 놓은 것과 같은 흉터가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았던 수술자국이다. 첫 수술을 유치원 때였다. 사람의 뼈가 자라는 속도는 근육의 속도보다 빠르다고 한다. 팔꿈치 앞이 없는 나의 경우 그대로 방치하면 뼈가 근육을 뚫고 솟아나오게 된다. 팔의 끝 부분에 빨갛게 화농이 잡히더니 드디어는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허리의 뼈를 들어내 팔 끝에 쐐기 모양으로 박아 넣어 뼈의 성장을 막는 수술이었다.

몇 달이나 깁스를 한 채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던 입원생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내 팔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감자처럼 둥글고 몽톡했던 팔이 서서히 부풀 듯 솟아났다.

뼈가 살을 찢으며 파고든다는 것이다.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뼈의 성장도 활발해졌던 것이다.

1999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일본의 ‘오토다케 히로타다’라는 대학생이 우리 나라에 왔습니다.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어 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그런데도 그는 늘 싱글벙글하는 명랑한 청년입니다. 사람들이 팔다리가 없어 얼마나 불편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처음부터 팔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는 키 큰 사람이나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팔다리가 없는 것도 신체적인 특징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인가 누가 “야, 이 팔다리 없는 놈아!”라고 했을 때, 그는 얼른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고 합니다. “뭐하고, 이 팔다리 있는 놈아!”

오토다케는 지금가지, 팔다리가 없다고 해서 자기 일을 남에게 맡기거나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글씨를 쓸 때에는 입으로 쓰거나 어깨에 약간 붙어 있는 짧은 팔로 씁니다. 또 농구와 야구도 즐기며 요즘에는 스쿠버 다이빙까지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그는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는 자동차 운전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오토다케의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는, 그를 보통 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으로 키워 주신 부모님 덕택에 길러진 것입니다. 오토다케가 태어났을 때 그의 어머니는

“어머 우리 귀여운 아기!”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그 뒤로 오토다케는 한 번도 장애가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오토다케는 계단을 혼자 오르내릴 뿐 아니라, 연극이나 축제 등 모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오토다케를 특별 대우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 선생님이 다 같이 자기 자리의 쓰레기를 줍자고 했을 때, 손이 없는 오토다케는 입으로 쓰레기를 주웠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토다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오체 불만족’입니다. ‘오체’는 머리, 두 팔, 두 다리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 팔다리, 즉 네 가지나 없는데도 행복하게 산다는 뜻입니다.

즉, 오체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인생은 대만족이라는 것입니다.

올해 4월에 대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은 졸업에 즈음해 취직자리를 찾기 위해 ‘자아 찾기’가 한창입니다. 그러나 ‘자기다운 것은 어떤 것인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생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의 특성이나 관심분야를 객관화시키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고,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까지 장애인을 특별하게 여겨온 사람들에게 장애인의 존재를 생활 속에서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습니다. 인간을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다 다르기 마련이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의 장벽 없애기’를 실현한다는 목표가 지금의 저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많은 친구들이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자아 찾기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저는 빨리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팔다리가 없다’는 알아차리기 쉬운 개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불쌍하다’ ‘가엽다’고 여기는 지금의 몸 상태를 저는 조금도 불만스럽게 상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는커녕 부모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의 환경 때문입니다. 장애인이라 해서 다 받아주어 응석받이로 만들지 않고 엄하게 대해 주신 선생님, 반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자연스럽게 저를 받아들여 준 친구들, 그리고 늘 조건 없는 사랑을 듬뿍 쏟아 주신 부모님, 그런 분들이 곁에 계셨기에 저는 장애를 ‘단순한 특징’이라 생각하며, 저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처럼 행복한 환경에 놓여 있지는 않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사람들의 차별이나 무의미한 습관 등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장애인들도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타인이, 그리고 사회가 어떤 개인의 삶을 하찮게 만들 권리는 절대로 없습니다.

제가 쓴 『오체 불만족』이란 책이 장애가 있는 사람과 만날 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장애인이 ‘여느 사람처럼 당당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1999년 6월오토다케 히로타다

 

 

출처: 오토다케의 '오체불만족'에서 요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