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스크랩] 푸른 하늘 아래 / 박두진/ 낭송 이혜정

열국의 어미 2016. 2. 27. 11:40

푸른 하늘 아래 / 박두진/ 낭송 이혜정


내게로 오너라. 어서 너는 내게로 오너라.
불이 났다. 그리운 집들이 타고, 푸른 동산, 난만한 꽃밭이 타고,
이웃들은, 이웃들은, 다 쫓기어 울며 울며 흩어졌다.
아무도 없다.

이리들이 으르댄다. 양떼가 무찔린다.
이리들이 으르대며, 이리가 이리로 더뷸어 싸운다.
살점들을 물어 뗀다. 피가 흐른다.
서로 죽이며 자꾸 서로 죽는다.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싸우다가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멸하리라.

처참한 밤이다.
그러나 하늘엔 별―별들이 남아 있다.
날마다 아직은 해도 돋는다. 어서 오너라.
황폐한 땅을 새로 파 이루고, 너는 나와 씨앗을 뿌리자.
다시 푸른 산을 이루자. 붉은 꽃밭을 이루자.

정정한 푸른 장생목도 심그고
한철 났다 스러지는 일년초도 심그자.
잣나무, 오얏, 복숭아도 심그고, 들장미, 석죽, 산국화도 심그자,
싹이 나서 자라면, 이어, 붉은 꽃들이 피리니……

새로 푸른 동산에 금빛 새가 날아오고,
붉은 꽃밭에 나비 꿀벌떼가 날아 들면, 너는, 아아,
그때 나와 얼마나 즐거우랴.
섧게 흩어졌던 이웃들이 돌아오면,
너는 아아 그때 나와 얼마나 즐거우랴.
푸른 하늘, 푸른 하늘 아래 난만한 꽃밭에서, 꽃밭에서,
너는, 나와, 마주, 춤을 추며 즐기자.
춤을 추며, 노래하며 즐기자. 울며 즐기자.
어서 오너라.……





      출처 : 서라벌문예원
      글쓴이 : 보석) 김미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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