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스크랩] 2011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유아동화 가작 수상 작품/<아이스바 다섯 개>/서화교

열국의 어미 2018. 1. 29. 00:01

2011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유아동화 가작 수상 작품


< 아이스바 다섯 개 >

 서화교


“하나, 둘, 셋, 하면 당기는 거야, 알았지?”

반달이가 크게 소리쳤어요.

“응!”

다람이 허리를 꼭 잡은 개코와 개코 꼬리를 허리에 동동 만 토실이가 똑같이 대답했어요.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 있어서 대답을 할 수 없는 다람이만 고개를 끄덕였어요.

반달이는 다람이가 물고 있는 아이스바 꼭지를 잡았어요.

“하나, 둘, 셋!”

“아이쿠!”

“난 몰라!”

“으윽!”

다람이가 벌렁 뒤로 넘어졌어요. 다람이가 넘어지면서 개코, 토실이가 차례대로 넘어졌지요. 맞은편에 서 있던 반달이는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갔어요.


“선생님, 선생님!”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하마 의사가 번쩍 눈을 떴어요.

“으흠, 엑! 너희들 싸웠니?”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된 어린 동물들을 본 하마 의사는 냉큼 의자에서 일어났어요.

“선생님, 아이스바가, 아이스바가…….”

반달이가 울먹울먹하며 다람이를 가리켰어요.

“아이스바가 왜?”

하마 의사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다람이 목에서 안 떨어져요. 아무리 당겨도 안 돼요.”

토실이가 앙증맞은 팔로 가슴을 두드리며 얘기했어요.

하마 의사는 다람이가 물고 있는 아이스바 꼭지를 잡아 당겼어요. 그런데 다람이 고개가 같이 딸려 오는 거예요. 하마 의사는 아이스바를 검지로 꾹 눌러봤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가락이 튕겨 나오지 뭐예요.

다람이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진찰을 하던 하마 의사는 다람이의 X-레이 사진을 찍었어요. X-레이 사진에는 네모난 아이스바 수십 조각이 입, 식도, 위까지 흩어져 있었어요.

“세상에! 다람아, 너 도대체 몇 개를 먹은 거야?”

하마 의사가 다람이에게 물었어요. 다람이는 오른 손을 들어 손가락을 하나하나 폈어요.

“세 개? 네 개? 다섯 개!”

모두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어요.

“수술은 위험해서 할 수가 없어. 아이스바가 녹지 않고 몸에 딱 붙어 있거든.”

하마 의사는 다람이를 달랑 안고 아이스바 가게로 뛰어갔어요. 다람이의 친구들도 줄줄이 소시지처럼 따라갔어요.

“우리 아이스바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스바는 내가 직접 키운 딸기로 만든단 말이에요.”

돼지 아줌마는 억울한 표정으로 다람이가 물고 있는 아이스바와 똑같은 아이스바를 냉장고에서 꺼냈어요. 그리고는 아이스바를 한 입에 홀랑 삼킨 다음 입을 벌렸어요. 입 안에는 아이스바가 남아 있지 않았어요.

“왜 한꺼번에 다섯 개나 팔았어요?”

하마 의사는 돼지 아줌마한테 따지듯이 물었어요.

“친구들이랑 나눠 먹는 줄 알았어요. 달콤해서 인기가 좋거든요. 혼자서, 그것도 한꺼번에 다섯 개나 먹을 줄 알았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거예요.”


숲속 마을 회관에서는 전체 회의가 열렸어요.

“음음, 다람이 입에 있는 아이스바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좋은 방법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너구리 할아버지가 검정 돋보기를 낀 채 심각하게 말했어요.

“제가 해볼게요.”

고슴도치 아줌마였어요. 고슴도치 아줌마는 배에서 뾰족한 가시 하나를 뽑아 다람이가 물고 있는 아이스바에 갖다 댔어요. 가시는 아이스바에 꽂자마자 툭, 하고 부러졌어요.

그러자 뻐기기를 좋아하는 황새 아저씨가 나섰어요.

“걱정 마시라. 내 부리로 아이스바를 꺼내 볼 테니.”

황새 아저씨가 부리로 아이스바를 잡고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아이스바는 꼼짝도 안 했어요. 다람이 고개만 딸려 왔어요. 다람이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자 당나귀 선생이 황새 아저씨를 떼어 냈어요.

“아이스바는 녹는 거잖아요. 불을 갖다 대면 녹지 않을까요?”

토실이 말에 당나귀 선생은 촛불을 켜서 다람이가 물고 있는 아이스바에 갖다 댔어요. 하지만 아이스바는 녹지 않았어요. 다람이의 탐스러운 입가 털만 태우고 말았어요.

모두 실망하고 있는데 스컹크가 나섰어요.

“음음, 제가 방귀를 뀌면 어떨까요?”

스컹크가 말하자 너구리 할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방귀 뀌는 거랑 아이스바 녹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괜히 고약한 냄새만 나지.”

너구리 할아버지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제 방귀 냄새를 맡고 소리를 안 지르는 동물은 보지 못했어요. 다람이도 제 냄새를 맡으면 재채기를 하든지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요? 그럼 아이스바도 튀어나올 거구요.”

스컹크 얘기를 들은 너구리 할아버지는 투표를 했어요. 모인 동물 중에서 여우만 빼고 모두 찬성을 했어요.

스컹크는 다람이 앞으로 가 엉덩이를 갖다 댔어요. 나머지 동물들은 코를 잡았어요.

“하나, 둘, 셋!”

셋 소리가 끝나자마자 “파앙”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어요.

“아유, 고약해!”

“지독해!”

“아악, 못 참겠어!”

순식간에 마을 회관은 비명 소리로 뒤덮이고 동물들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어요.

“으으으엉, 으엉.”

다람이는 입에 아이스바를 문 채 서럽게 울었어요.

너구리 할아버지는 다람이를 데리고 마을 회관 옆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갔어요. 너구리 할아버지는 다람이를 달래고 눈물을 닦아주었어요.

“그렇게 아이스바가 좋아?”

너구리 할아버지 말에 다람이는 팔을 엑스자로 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어요.


잠시 뒤 다람이를 데리고 나온 너구리 할아버지는 다람이 친구인 토실이와 개코, 다람이 엄마와 아빠, 당나귀 선생만 남고 모두 돌아가라고 했어요. 동물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스컹크가 뀐 방귀 냄새가 너무 고약해 빨리 회관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너구리 할아버지가 토실이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자 토실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가 너무 싫다는 거 거짓말이야.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랑 놀면 재미있어.”

토실이가 얘기하자 아이스바를 문 채로 눈물이 맺혀 있던 다람이가 살짝 웃었어요.

“실수로 내 꼬리를 밟았는데 화를 내서 미안해.”

개코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내밀었어요. 다람이도 손을 내밀어 개코와 악수를 했어요.

당나귀 선생은 머리를 갸웃했어요. 오늘은 다람이에게 야단을 치지 않았거든요. 그때 다람이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공책을 꺼냈어요.

“아하!”

당나귀 선생은 글자 연습을 한 공책을 검사할 때마다 하트 스티커를 붙여줘요. 그런데 스티커가 마침 떨어져 다람이 공책에는 못 붙인 거예요. 당나귀 선생은 다람이 공책에 스티커 대신 빨강 색연필로 하트를 그렸어요.

얘기를 마친 동물들은 다람이 엄마와 아빠를 쳐다봤어요.

“나는 오늘 다람이한테 아무 말도 안했는데.”

한참을 생각하던 다람이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맞아요. 그거예요. 아무 말도 안 한 거요.”

다람이 엄마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어요.

“우리 다람이, 엄마가 사랑해!”

다람이 엄마가 다람이를 꼭 껴안았어요. 그 모습을 본 다람이 아빠도 양팔을 벌여 다람이를 안았어요.

“우리 다람이, 아빠도 사랑해. 인사 빼먹어서 미안해.”

다람이 엄마와 아빠는 다람이가 유치원에 갈 때마다 아침마다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인사를 해요. 하지만 오늘은 너무 늦게 일어나서 아침 인사를 빼먹은 거예요.

다람이 입과 몸에 달라붙어 있던 아이스바는 동물들이 얘기할 때마다 하나씩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다람이는 아이스바가 녹자 제일 먼저 이렇게 말했어요.

“화가 났어요. 먹으면 화가 난 마음이 시원해질 줄 알았어요.”


다음 날 돼지 아줌마는 가게 입구에 알림판을 내걸었어요.

‘딸기 아이스바는 즐거울 때도 한 개만! 화가 날 때도 한 개만!’

 (*)

출처 : 부산 문예창작 아카데미
글쓴이 : 김춘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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