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스크랩] 풀/ 김수영-9강

열국의 어미 2018. 4. 10. 09:25

40) 풀/김수영| 詩와 音樂이 있는곳

김조원 | 조회 68 |추천 0 | 2014.11.1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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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해설>​ 1968년 [창작과비평]에 발표한 시이다.

 '풀'은 김수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때문에 그의 시세계가 이 시에 축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려는, 그럼으로써 '풀/바람'의 암호를 풀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힘에 의해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김수영의 시세계 전체를 볼 때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바람이 불고, 풀은 그에 따라 흔들리기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풀/바람이라는 대립구도로 짜여진 이 시에서, 모든 서술어(눕는다, 울었다, 누웠다, 일어난다, 웃는다)의 주체가 풀이라는 데서부터 잘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시인이 보기에 풀은 자신의 삶과 생명력을, 주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좁은 땅에 뿌리박고 지루한 삶을 견디며 자유로운 바람에 희롱당하는 것 같지만, 기실 풀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강인하다. 그것은 자기 삶을 훌륭하게 견뎌낸다. 때로 그것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나는 예언자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쓰러졌을 때 먼저 일어나고 울 때 먼저 웃는 인고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시는 김수영의 참여 시인으로서의 면목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시인이 참여시의 옹호자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단순하게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그 사회의 모순 구조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화 되어 있다. 시인은 통제된 질서보다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의 혼돈이 시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시라는 형식을 통해 더 많은 자유의 획득을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38선을 뚫는 힘이 되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이런 시의 축적을 통해 진정한 민족의 역사적 기점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는 이 점에서 참여시의 효용성을 신용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현대시목록, 인터넷)

* 이시는 '풀'과 '바람'이라는 일상적인 자연물을 관념화하여 1960년대의 시대상황과 결부시킨 김수영의 유작으로, 억압적인 현실을 슬기롭게 견뎌내는 민중의 건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풀'과 '바람', '웃다'와 '울다', '눕다'와 '일어나다'의 대립 구조를 바탕으로 지배적인 힘에 순응하며 무력해 보이지만 강인하 생명력을 지닌 민중의 모습을 '풀'로 형상화하여 그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권에 잡히는 현대시)

* 짧고 서정적인 이 한 편의 시는 지금껏 우리 시가 이룬 가장 높은 봉우리 중의 하나이다. 쓰여진 언어도 모국어의 기초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만으로 채워져 있으며, 형식 또한 전통적인 서정시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풀, 바람, 비라는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현상을 눕다, 일어나다, 웃다, 울다 등 흔히 쓰이는 동사의 현재형으로 진행함으로써 꿈틀거리는 힘을 당차게 얻어내고 있다. 눕고 일어나는 반복적인 동작 속에서 섬세한 묘사는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풀과 바람이 지니고 있는 폭넓은 상징적 의미로 인해 이 시는 그 어떤 시보다 넓고 깊은 의미를 지닌 채 우리의 정서에 다가오고 있다.

 이 시는 보는 눈에 따라서는 단순히 바람에 풀이 눕고 일어서는 풍경에 대한 시적 형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수영의 시는 초기에 매달려왔던 소시민적 삶에 대한 치열한 자기비판에서 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으로, 마침내 역사에 몸담음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그의 시적 세계와 함께 바람과 풀이 서로 엮어내는 대립적인 정황은 이 시를 이 땅,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의 삶에 대한 형상화로 읽어야 마땅하다.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기어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의 형상은 끊임없이 쓰러지나 옹골찬 고개짓으로 다시금 몸을 바투는 민중의 거센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은 김수영의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다른 형식으로 확인된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인이 온몸으로 밀고 나아가 쓴 시는 내용에도 형식에도 구애받음이 없이 자유로우며, 어떤 그럴싸한 거대한 것에 기대임 없이도 민족과 인류의 문화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수영의 '풀' 이후 조국의 산천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은 연약하나 그 강인한 생명력에 어울리는 정당한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더욱 푸르게 바람에 눕고 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김수영의 시와 산문은 자신의 얼굴과 삼위일체가 되어 김수영이란 한 시인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김상욱, 현대시 목록)

* 시인이 살아온 삶의 자취를 밟는 일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 밑그림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덧칠이 되기도 한다. 시란 시인이 쓴 것임은 분명하나 동시에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의 삶을 대입하거나 체험하면서 시를 읽는 일은 자칫 시를 이해하는 운신의 폭을 좁히기도 한다. 경험이 시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좋은 벗이기도 하지만 경험 바깥의 것을 놓치게 하는 함정을 갖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시의 진실이 삶의 진실과 가까울 때, 삶은 시의 텍스트가 된다. 김수영 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김수영 시인은 1921년 11월 27일 초겨울 무렵, 별자리 사수자리로 태어났다.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에서 태어났으니 출생부터 근대적 경계의 시공간을 타고 태어난 셈이다. 가세는 부유하였으나 위로 두 아이를 잃어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과 조부 아래에서 성장했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해 학업에 뛰어났지만 병약했던 자취가 많다.
 최하림의 『김수영 평전』에 따르면 시인은 중학교 진학 무렵 큰 병을 앓는 바람에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상업학교 야간에 들어간다. 예민하고 섬세한 문학청년의 면모를 보인 점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습작을 하며 교지에 발표한 일 등은 여타 시인들과 비슷한 흔적이다. 가세가 기울었을 때 그는 부모님의 바람과는 달리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데, 이 시기에 시인은 이루지 못할 사랑을 겪기도 한다. 그다지 숫기가 없는 김수영이었지만 연극에 큰 애정을 가져 일본에서 연극학교를 다녔으며 돌아와서는 무대에 연극을 올리기도 했는데, 연극사에 뚜렷한 족적은 남기지 않았으되 그가 후에 '연극을 하다가 문학으로 전향했다'고 회고하듯 이 당시 연극에 대한 그의 애정은 문학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남달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해방공간의 혼란기 속에서 그는 1945년 해방되던 해에 비로소 시를 발표하고 또 시 쓰는 벗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김수영이 문학청년으로 입성하게 되는 이 시기의 키워드는 '마리서사', 시 「묘정의 노래」, 앤솔로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다.
 첫째, 김수영은 이 시기에 벗이자 라이벌로 잘 알려진 박인환을 만나고, 유난스러운 애서가인 박인환이 꾸리는 서점 「마리서사」를 일종의 시적 자양분의 거점으로 삼게 된다. 그 이름도 매력적인 마리서사(茉莉書舍)의 '말리(茉莉)'는 시집 『군함 말리』에서 가져왔다거나 화가 마리, 로랑생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말리(茉莉)라는 늘푸른나무의 이름이 먼저 환기된다는 점에서 막 시작된 그 당시 문학청년들의 풋풋한 모임에 잘 어울린다. 이 곳에서 김수영은 낯선 여러 예술가들을 만나 시적 감수성이 크게 환기되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지금 그 시절을 바라보면 이십대의 문학청년들이 모여 저마다 뛰는 심장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격앙된 토론을 나누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청춘의 생생한 문화살롱이 상상된다. 김수영 초기의 문학적 감수성 또한 이 분위기에 크게 영항 받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김수영의 시가 처음으로 1945년 문학지 『예술부락』에 실리는데 그 작품이 바로 「묘정(廟廷)의 노래」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다소 고색창연한 분위기의 이 시는 익히 알고 있는 김수영 시인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김수영의 시선이나 세계관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이 시가 지면에 발표된 김수영의 첫 작품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이 작품으로 김수영은 모더니스트 예술가연 하던 마리서사의 벗들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김수영 시에 관한 논의는 이 「묘정의 노래」보다는 주로 그 다음 발표된 시 「공자의 생활난」부터 시작되고 있다. 김수영이 시인으로 입성한 과정이 그다지 순조롭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새삼스럽지만, 이 첫 작품과 맨 마지막 작품인「풀」을 비교해서 읽으면 시인의 드라마틱한 시적 성장과 변화가 느껴진다.
 셋째, 신시론 동인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펴낸 문학적 사건이다. 이 시집은 1930년대에 이어 한국시에 다시 본격화된 모더니즘 운동을 불러일으킨다. 여섯 명의 젊은 시인들(김경린, 박인환, 김수영, 김병욱, 임호권, 양병식)이 결성해 앤솔러지(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펴내게 되는데, 패기만만했던 그들이 문학을 향한 자신들의 열정과 도전과 자신감을 담아 이 책을 펴냈을 때 얼마나 들떴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성취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는 이 시집은 그때까지의 한국시들과 달랐기에 비판과 옹호가 갈렸다. 이런 시기를 거쳐 문학청년으로 입성한 김수영, 이로부터 꼭 10년 후 김수영은 첫 시집을 펴내게 된다.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 산림출판사)

                             <김수영(金洙暎) : 1921- 1968>

* 1921년 11월 27일 서울에서 출생.

* 1941년 선린상고를 졸업한 후에 동경상대(東京商大) 전문부에 입학했으나 1943년 학병징집을 피해 귀국했다.
* 1944년 가족과 함께 만주 길림성으로 이주하여 길림 제육고에서 교원을 지냈고 연극운동도 했다.

* 1945년 광복이 되자 귀국하여 서울에서 거주하며 통역일을 하였고, 연희대(延禧大) 영문과 4년에 편입(1945)했으나 중퇴했다

* 1945년 [예술부락]에 시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였으며,

* 1949년에는 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 등과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각광받았다.

* 1950년 한국전쟁 중 미처 피난하지 못해 북한군에 징집, 포로가 되었다가 거제도 수용소에서 석방되었으며(1952), 그곳에서 병원장 통역, 석방 후에는 미8군 통역, 선린상고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 1954년 환도 후 주간 태평양, 평화신문에서 근무했고,

* 1955년 이후 자택에서 양계(養鷄)를 하면서 시작(詩作)‧번역‧평론에 전념하였다. 이때 그 동안 발표한 작품을 모아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을 간행했고, 제1회 시협(詩協)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기의 그의 작품은<헬리콥터>, <폭포> 등이 대표작이다.

*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표현한 참여시를 쓰기 시작한다. <하……그림자가 없다>, <육법전서(六法全書)와 혁명>, <푸른 하늘을> 등이 이 시기의 작품이다.

* 1960년 5‧16 군사정변 후 <그 방을 생각하며>, <적> 등을 발표하였다. 이후 <거대한 뿌리>, <현대식 교량>, <사랑의 변주곡> 등을 발표하였다.

*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였다. 유작 <풀>은 1970년대 민중시의 길을 열어놓은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 평론으로 [시여, 침을 뱉어라], 번역서로 브라운의 [20세기 문학평론](1957), A. 테이트의 [현대문학의 영역](1962) 등이 있다. 사후에 [거대한 뿌리](1974), [시여, 침을 뱉어라](1975)를 비롯한 시선집과 산문집이 나왔고, 1981년 민음사에서 두 권의 [김수영전집]이 간행되었다.

<서울 도봉동 북한산국립공원 김수영시비, 시제는 '풀'의 일부>​

<서울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은 스스로 몸담은 사회현실에 대한 준엄한 비판의식을 시 속에 구현하고자 애쓴다. 김수영은 해방 이듬해에 시작활동에 뛰어들어, 1950년대의 궁핍하고 혼란한 시기에 '후반기' 동인을 거치며, 비로소 자신의 독자적인 문법을 발견하고,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게 심화된다. 이어 자유에 대한 갈망의 구체적이고 극적인 표현은 4월혁명을 기점으로 1960년대에 들어서며 아직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이 땅의 현실과 그의 의식은 첨예하게 부딪치고, 이때 김수영의 비판적 감수성은 절정의 시편들을 토해낸다. 그가 죽기 적전에 내 놓은 것으로 새로운 변모를 예감케 하는 '풀'을 쓰기까지 시적인 탐색작업은 한결같이 이어진다. 1960년대 사후 1주기에 맞춰 그의 무덤에는 시비가 세워지는데, 이 시비에는 '풀'이 육필로 새겨진다.

 이 시는 '풀'과 '바람'이라는 명사와 '눕다', '일어나다', '울다', '웃다'라는 동사 두 쌍만을 사용해 이를 교묘하게 반복함으로서 뛰어난 음악성을 만들어 낸다. 단순하기에 오히려 암시성의 극대화를 가져온 시가 바로 '풀'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풀을 민초의 상징어로 읽어 참여시의 표본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대지에 뿌리를 내린 인간의 근본적 삶과 관련된 순수 서정시의 백미로 본다. 이처럼 '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것 자체가 이 시가 풍부한 의미성을 내재하고 있는 문제작이라는 증거다. 이 시는 직설투의 산문적 언어에 의한 시작과정을 거쳐 시인 김수영이 도착한 예술적으로 깊어진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김수영은 이 시를 쓰고 나서 보름 남짓 만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남으로서 시 셰계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만다.

 김수영은 죽은 뒤에 더 높이 평가를 받고 유명해진 시인이다. 그가 죽은 뒤<민음사>에서는 1974년 시선집 [거대한 뿌리], 1975년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 1976년 시집 [달로 행로를 밟을지라도], 1979년 산문집 [퓨리턴의 초상]을 잇달아 펴낸다.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과 열기를 반영하듯이 이후에도 <지식산업사>, <창작과 비평사>, <열음사>, <미래사> 같은 출판사에서 다투어 시선집을 내놓는다. 김수영은 근대적 자아찾기, 온몸으로 자기 정체성찾기의 모범을 보여준 시인이다. 그는 이상 이후 최고의 전위 시인이며, 4월혁명의 정치적 함의를 정확히 읽어낸 명실상부한 현대 시인이다. 그는 문학 속에 하찮은 일상성을 수용하고, 삶이 문학이며 문학이 곧 삶임을 일깨운다.

 거칠고 힘찬 남성어조의 시 세계 속에 담아낸 소시민적 자세에 대한 가차없는 자기폭로, 후진적 정치문화에 대한 질타, 빈정거림, 맹렬한 비판은 오랫동안 여성적 정조의 전통을 이어오던 한국시에 대한 반동이며, 갱신의 무거운 몸짓이다. 그는 정신의 깊이와 정직한 자기성찰, 예술가의 순결한 양심과 완전하게 밀착된 시를 쓰려고 했으며, 이것이 곧 시인에게 부과된 행동과 실천의 길임을 믿는 사람이다. 따라서 시를 쓴다는 것은 삼중의 싸움, 곧 언어와 자기자신, 그리고 정치현실과의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김수영은 그길을 기꺼이 걸어간다. 그의 시집이 3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 여전히 이 땅의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널리 그리고 꾸준히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장석주/문학평론가, '나는 문학이다')

 

내사랑 내곁에/(노래)김연우

http://youtu.be/k1y5EwJerJE

 

 

 

 

출처 : 김윤아의 시낭송 행복나눔
글쓴이 : 백목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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