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교실

[스크랩] 세계 최대 난민촌 `카쿠마`에 가다

열국의 어미 2010. 10. 15. 11:43

세계 최대 난민촌 '카쿠마'에 가다


지난 13일 케냐 카쿠마 난민촌으로 향하는 15인승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제구호 NGO 팀앤팀 관계자들이 카쿠마를 돌아보고 난민들에게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러 떠나는 길이었다. 카쿠마 난민촌은 1992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거대한 난민촌이다.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13개 국가에서 몰려든 7만4000여명의 난민이 유엔과 구호단체의 보살핌에 기대어 살고 있다. 팀앤팀은 올 가을부터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수자원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오전 7시 프로펠러 비행기가 나이로비 윌슨 공항을 이륙했다. 적도를 지나 북서쪽으로 2시간여를 날아가 남부 수단과 맞닿아 있는 투르카나주(州) 에 들어섰다. 급속한 사막화가 진행 중인 이 메마른 벌판에 학살과 배고픔, 목마름을 피해 모인 사람들을 수용하는 카쿠마 난민촌이 있다.

비행기가 바싹 마른 흙으로 된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비행장을 둘러 싼 철망에 아이들이 매달려 일행을 빤히 쳐다봤다.

유엔 버스를 타고 난민촌으로 진입했다. 유엔의 사전 허가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고, 방문 시 유엔 요원이 가이드하도록 돼 있다. 오전 시간대이지만 기온은 섭씨 30도를 훨씬 웃도는 듯했다. “그나마 시원한 겁니다. 1, 2월에 오면 50도, 60도까지 올라가 숨을 못 쉴 정도가 됩니다.” 이용주 선교사가 말했다.

난민들은 이 척박한 땅에서 가혹한 멍에를 진 채 살아간다. 2주일에 한 번씩 식량이 공급되는데 하루 최소 2100㎈를 섭취할 수 있도록 조정된다고 했다. 난민촌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종족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나라별로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이 곳은 이미 번잡한 마을의 모습을 띠었다. 난민촌 내 시장의 좁은 도로를 따라 다양한 복색의 난민들이 오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 콜라 병을 들고 있는 이도 눈에 띄었다. 승객을 뒷바퀴 위에 태운 ‘자전거 택시’도 바쁘게 오갔다. 이들 간 충돌을 막고, 평화를 유지시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물’이다. 유엔 관계자는 “난민들은 굉장히 호전적이고 적개심이 강해서 물 공급을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얼마 전에도 식수 문제로 칼부림이 있었다”고 전했다.

난민촌 안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13개의 우물 펌프가 있다. 여기서 끌어올려진 지하수는 대형 물탱크에 저장됐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난민촌 내 1100여개 장소로 보내진다고 했다. 1인당 하루 평균 20ℓ의 물이 공급되는데, 이를 받아 마시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그런데 13개의 펌프 중 2개가 고장이 났고, 이를 수리할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게 유엔의 고민이었다. UNHCR 수자원 책임자 도미니크씨는 “물 공급 시스템이 대부분 낡은데다 펌프 2개는 고장이 나 방치되고 있다”며 “매달 1500명 정도의 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물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난민촌 내 물 수급상황 등을 보여준 뒤, 당장 최소 3개의 새로운 우물과 망가진 펌프 2개의 수리가 필요하다며 팀앤팀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난민촌 외곽의 토착민 마을인 ‘호스팅 커뮤니티’였다. 투르카나 토착민과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 등 수만 명이 벌판 군데군데에 부락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다. 난민촌은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보장받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버려진 사람들의 땅이었다. 물을 얻기 위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강바닥을 파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을 지도자 대부분이 나와 일행을 맞았다. 오사도 사무엘 지역 관리자는 “물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데 계속해서 사람들은 몰려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통상 국제사회는 난민들은 돕지만 우리는 돕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패트릭 유스케 주민 대표는 “많은 단체들이 마을을 방문한 뒤 돌아오지 않았는데, 여러분은 다시 왔다(팀앤팀은 지난해 말 남부 수단으로 가던 중 이 마을에 들렸었다)”며 “한국인들을 신뢰하게 됐고,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홀라 지역의 작업이 끝나는 10월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팀앤팀은 카쿠마 난민촌 내의 고장난 펌프 2개를 수리하고, 호스팅 커뮤니티에 5개의 우물을 새로 파는 방안을 우선 검토키로 했다. 마을을 떠나며 이 선교사가 말했다.

“내 가족이 물 부족으로 죽어간다면 아버지인 내가 해야 할 일은 우물을 파는 것이겠죠. 고통 받는 이 아프리카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출처 : 천국이 있는 풍경
글쓴이 : sungs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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