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방

[스크랩] 고난주간 묵상 찬양 및 박두진 고난 묵상시들

열국의 어미 2016. 2. 3. 02:47

† 고난주간 묵상 찬양 / 거기 너 있었는가 외







橄欖山 밤에 / 박두진
 - 어디쯤 쭈크리고 앉아 있었을지요.


몽치와 環刀와 밧줄의 軍列 팡을
從容히 내려오신 당신의 모습을,

어느 나무 뒤에 숨어 바라 보았을지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함께
三年을 하루같이 딸았었다는
나도 그때 당신의 弟子였다면 -

닭 울기 전
거듭 세번 몰랐담을 뉘우쳐 痛哭하던,
당신의 늙은 弟子
베드로는 그래도
가야바의 뜰에까지 딸아래도 갔지만,

오오,
중얼거리며 나는

잡히시는 그 자릴 避해 달아숨은 채

橄攬山.
어느나무 뒷그늘에 혼자서 주크리고,

당신과 또 스스로 背叛을
몇줄길의눈물론들 뉘우쳐나 봤을지요.



겟세마네 비탈길의 / 박두진

 
오그때 당신 오르시던
겟세마네 비탈길
문득 절로 두근대며 가슴 저리네.

죄의 형틀 우리 대신 혼자 메시고,
비틀대며 넘어지며
피와 땀의 범벅.

조롱과 욕설,
휘갈기는 채찍질을
견디시던 모습.

유난스레 이런 날은 지워지지 않네.
넋도 영도 눈물 젖어
절로 지척이네.

왜 그럴까 죄인이여. 어쩔 수가 없는.
내가 바로 져야 할, 스스로의 형틀.
나를 대신 피 흘리신 당신의 그 형틀.

겟세마네 비탈길의
눈물과 그 피의 얼룩.
죄의 나라 어디에나 젖어 있나니.

봄 한철 붉게 젖는, 핏빛 고은 한국.
진달래와 철쭉, 동백꽃과 들장미
뚝뚝 듣는 당신 핏빛 눈물겨워라.



가시 면류관 / 박두진
 

비로소 하늘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죽음의 바닥으로 딛고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
빛이 그 가시 끝 뜨거운 정점들에 피로 솟고
비로소 음미하는 아름다운 고독
별들이 뿌려 주는 눈부신 축복과
향기로이 끈적이는 패배의 확증 속에
눌러라 눌러라 가중하는 이 황홀
이제는 미련 없이 손을 들 수 있다.
누구도 다시는 기대하지 않게
혼자서도 이제는 개선할 수 있다.

<수석열전(水石列傳), 일지사, 1973>



갈보리의 노래 I  / 박두진
 
해도 차마 밝은 체론 비칠 수가 없어
낯을 가려 밤처럼 캄캄했을 뿐.

방울 방울 가슴의
하늘에서 내려 맺는 푸른 피를 떨구며,

아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늬………

그 사랑일래 지지러져 죽어간 이의
바람 자듯 잦아드는 숨결 소리 뿐.

언덕이어. 어덕이어. 텅 비인 언덕이어.
아무 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마리아와 살로메와 아고보와 마리아와
멀리서 연인들이 흐느껴 울 뿐.

몇오리의 풀잎이나 불리웠을지,
휘휘로히 바람 결에 불리웠을지,

언덕이어. 죽음이어. 언덕이어. 고요여.
아무일도 네겐 다시 없었더니라.




출처 : 하늘은 바다
글쓴이 : 꿈을 낚는 어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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