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스크랩] 고양이를 찾습니다 외 4편/한혜영

열국의 어미 2018. 1. 28. 23:54

[현대시학] 2012년 5월호 특집

 

고양이를 찾습니다


학교 앞 나무마다

고양이 사진이 야옹, 야옹 붙어 있다.


 

 고양이를 찾습니다!

 

• 이름은 브라이언이고요.

• 종류는 페르시안이고요.

• 털 색깔은 흰색과 회색이 섞여 있고요.

• 매우, 매우 사교성이 좋고요.

• 매우, 매우 핸섬하게 생겼어요.

 

사진과 같은 고양이를 보신 분은

아래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el: 321-779-6900  - 쥴리

 


고양이 언어로 광고를 붙였으면

고양이 사이에 소문이 금방 날 텐데,

생각하면서 사진을 봤다.


매우, 매우 사교성이 좋아서 걱정인

매우, 매우 잘 생겨서

쉽게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고양이가 빤하게 나를 봤다.




큰소리 뻥뻥!




 

바윗돌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다.


포르르 내려온 참새가

제 조그만 발을 견주어보며

큰소리 짹짹! 친다.


“우리 아빠의, 아빠의 

아빠 발이 이렇게 컸단 말이지!”


울주군 천전리 숲속에 사는

작고 힘없는 동물들은

공룡 발자국이

제 조상 것이라고 큰소리

뻥뻥! 친다.


산토끼는 산토끼대로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옷 타령





빨간 바탕에 검정 땡땡이

무당벌레는 옷도 예쁜데

내 원피스는 이게 뭐야

우중충한 회색빛깔에……


검정말벌이 

붕붕! 불평을 하고 있다.


그래도 네 옷엔 날개라도 달렸잖아

나는 이 꼴이 뭐야

집인지 갑옷인지

무겁고 답답하고……


집달팽이 투덜,

투덜거리며 기어가고 있다. 




이빨 글씨





동창회 가려던 엄마

화장실에 잠깐 다녀온 사이였다


아로가 엄마 핸드백 손잡이에

이빨 글씨를 촘촘하게 새겨 넣었다


‘개도 안 물어갈 명품 백’ 때문에

집안 망한다며

아빠가 난리, 난리를 쳤었는데


‘개를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인증을 하듯이

잘강잘강, 콕! 콕!

정성을 들여 글씨를 새겨 넣었다




쇼핑몰 주차장에서





궁둥이 나란히 하고

주인 기다리는 차들을 보면

우직하면서도 충직한 개처럼 보입니다.

땡볕서 꾸벅꾸벅 졸다가도

가자! 주인의 한마디면

콧소리 부르릉 내면서 달려가는

녀석들은 개처럼 종류도 다양하지요.

불덕, 진돗개, 삽살개처럼

이름도 생김새도 각각인 녀석들 사이를

걸어가다가 현대나 기아를 만나면

나는 화들짝 밝아져서

엉덩이를 툭툭 두들깁니다.

-너는 어쩌다가 미국까지 왔니?

나는 녀석이 투덕투덕,

꼬리 흔드는 소리를 듣습니다.


출처 : 부산 문예창작 아카데미
글쓴이 : 흑진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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