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춘문예(동시)당선작 (한국/경상/조선/강원/매일/부산
<한국일보>
<경상일보>
소나기/배은정
지구가 빨래를 합니다
쏴아 쏴아
우리 동네
더러운 먼지 씻어냅니다
콸콸콸
빨래한 물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거품 없어도
세탁기보다 빨래를 잘 합니다
빨랫줄에 널지 않아도
해님이 바짝 말려줍니다
<조선일보>
아빠의 공책/김유석
공책 한 권 달랑 들고
들판학교 다니는 우리 아빠
빽빽이 썼다가 지우고
이듬해 봄부터 다시 쓰는
그래도 너널거리지 않는
울 아빠 파란 공책에는
찰랑찰랑 벼 포기들이 넘실거려요
맞춤법이 조금씩 틀린 벌레소리 들리고
할아버지 닮은
염소도 한 마리 묶여 있어요.
똑 똑 똑
땀방울 말줄임표를 따라가면
하늘이 내려와 밑줄을 긋는 지평선 위에
따뜻한 내 옷이랑 새 운동화가 놓여 있지요.
흰 눈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지만
너무 꾹꾹 눌러 써서
뒷장에 남은 자국을
겨울이면
기러기들과 함께 나는 읽지요.
<강원일보>
청개구리/조진우
평생 웃으며 살아가라고
하느님께 커다란 입을 선물 받은
청개구리
그런데
하루 종일 울고만 있네?
아차!
청개구리는 뭐든
반대로 한다는 걸
하느님도 깜빡 잊으셨나 보다
<매일신문>
언제쯤이면/김선경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지하도 찬 바닥
종이상자 안
신문지를
두르르 말고
번데기처럼
옹송그려 누워있는
저 아저씨들
언제쯤이면
긴 잠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훨훨 날 수 있을까?
<부산일보>
최강적/김자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이 멸치쌈밥한테 졌다.
쌈밥 집으로 나를 끌고 간 엄마, 하마가 됐다.
아빠 손가락만한 멸치를 싸 입 쩌억 벌리고
정신없이 먹는다. 내가 먹든 말든 쩌억 쩍 싸 먹는다.
엄마를 하마로 만든 건 엄마 뱃속 동생이다.
뱃속에서부터 내 자리 꿰차고 엄마를 조종한다.
내 새끼 내 새끼 하던 할머니까지 휘어잡았다.
말 잘 듣는 부하 한 명 만들어 달랬더니 깨개깽
발에 차인 강아지 꼴은 나다. 아끼던 장난감 주나 봐라.
놀이터 데려가고 과자 사 주려고 했던 것도 취소다.
이런 내 마음 알아차렸나 보다.
엄마 배 툭툭 차며 축구 연습 한단다.
내가 축구 선수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엄마 배에 귀를 대 본다.
'형, 좀만 기다려.' 툭 발길질 한다.
나까지 제 편으로 만든 최강적, 늦둥이 내 동생
야! 꼬맹이, 축구는 형이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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