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스크랩] 2013 신춘문예(동시)당선작 (한국/경상/조선/강원/매일/부산)

열국의 어미 2018. 1. 28. 23:51

2013 신춘문예(동시)당선작 (한국/경상/조선/강원/매일/부산

 

<한국일보>

 

 

 

 

 

 

<경상일보>

소나기/배은정

 

 

지구가 빨래를 합니다

 

쏴아 쏴아

우리 동네

더러운 먼지 씻어냅니다

콸콸콸

빨래한 물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거품 없어도

세탁기보다 빨래를 잘 합니다

 

빨랫줄에 널지 않아도

해님이 바짝 말려줍니다

 

 

 

<조선일보>

아빠의 공책/김유석

 

 

공책 한 권 달랑 들고

들판학교 다니는 우리 아빠

빽빽이 썼다가 지우고

이듬해 봄부터 다시 쓰는

그래도 너널거리지 않는

울 아빠 파란 공책에는

찰랑찰랑 벼 포기들이 넘실거려요

맞춤법이 조금씩 틀린 벌레소리 들리고

할아버지 닮은

염소도 한 마리 묶여 있어요.

똑 똑 똑

땀방울 말줄임표를 따라가면

하늘이 내려와 밑줄을 긋는 지평선 위에

따뜻한 내 옷이랑 새 운동화가 놓여 있지요.

 

흰 눈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지만

너무 꾹꾹 눌러 써서

뒷장에 남은 자국을

겨울이면

기러기들과 함께 나는 읽지요.

 

 

 

 

<강원일보>

청개구리/조진우

 

평생 웃으며 살아가라고

하느님께 커다란 입을 선물 받은

청개구리

 

그런데

하루 종일 울고만 있네?

 

아차!

 

청개구리는 뭐든

반대로 한다는 걸

하느님도 깜빡 잊으셨나 보다

 

 

<매일신문>

언제쯤이면/김선경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지하도 찬 바닥

종이상자 안

신문지를

두르르 말고

번데기처럼

옹송그려 누워있는

저 아저씨들

언제쯤이면

긴 잠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훨훨 날 수 있을까?

 

 

 

<부산일보>

최강적/김자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이 멸치쌈밥한테 졌다.

쌈밥 집으로 나를 끌고 간 엄마, 하마가 됐다.

아빠 손가락만한 멸치를 싸 입 쩌억 벌리고

정신없이 먹는다. 내가 먹든 말든 쩌억 쩍 싸 먹는다.

 

엄마를 하마로 만든 건 엄마 뱃속 동생이다.

뱃속에서부터 내 자리 꿰차고 엄마를 조종한다.

내 새끼 내 새끼 하던 할머니까지 휘어잡았다.

말 잘 듣는 부하 한 명 만들어 달랬더니 깨개깽

발에 차인 강아지 꼴은 나다. 아끼던 장난감 주나 봐라.

놀이터 데려가고 과자 사 주려고 했던 것도 취소다.

 

이런 내 마음 알아차렸나 보다.

엄마 배 툭툭 차며 축구 연습 한단다.

내가 축구 선수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엄마 배에 귀를 대 본다.

'형, 좀만 기다려.' 툭 발길질 한다.

나까지 제 편으로 만든 최강적, 늦둥이 내 동생

 

야! 꼬맹이, 축구는 형이 최강이다.

 

 

 

 

 

출처 : 부산 문예창작 아카데미
글쓴이 : 가이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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