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스크랩]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김종상의 동시조 모음입니다.

열국의 어미 2018. 1. 29. 00:05

 

곤충과 동물 동시조

 

개미

잔디밭 땅속에도 나라가 있습니다

모두가 까만 옷에 나라위해 일만 해도

절대로 데모가 없는 평화로운 개미국

 

거미

뒤란 쪽 추녀 끝에 그물을 걸어놓고

하늘을 헤엄치는 파리, 나비, 잠자리를

한 번에 다 잡겠다고 기다리는 거미님.

 

귀뚜라미

깊어가는 가을밤에 휘영청 달이 밝아

잠이 오지 않는데다 친구도 하나 없어

밤새워 노래부르지, 귀뚤귀뚤 귀뚜리.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기러기

기러기가 날아가요 나란히 줄맞추어

앞에서 기럭 하면 뒤에서도 기럭기럭

하늘길 멀고 멀지만 노래하며 갑니다.

 

나비

꽃만 찾아 다니다가 꽃을 닮은 나비들은

바람 타고 팔랑팔랑 꽃잎처럼 날아가다

꽃 지고 허전한 자리 제가 앉아 꽃이 된다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누에나방

뽕잎만을 먹으면서 배밀이로 기더니만

입으로 실을 뽑아 새하얀 고치 짓고

그 속에 몸을 숨기고 들어앉은 누에들

 

문도 없는 단간방에 며칠을 지내다가

스스로 집을 헐고 밖으로 나와서는

날개옷 활짝 펼치고 훨훨 날아갑니다.

 

달팽이

채소밭 상추 잎에 달팽이 한 마리가

동그란 자기 집을 통째로 짊어지고

어디로 이사를 하나 쉬지 않고 갑니다.

 

대벌레

벌레는 벌레이지 제가 무슨 나무라고

대나무 줄기에서 나무인 척 하고 있네

누구를 속이려 하나 대나무의 대벌레.

 

두루미

두루미 한 마리가 노을 속을 날아가네

모가지를 길게 빼고 발걸음을 서두르네

어둠이 짙어지면은 어디에서 쉴려나.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새매는 공중에서 한가롭게 맴돌지만

숲속의 들쥐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고

닭어리 병아리들도 엄마 품에 숨어요

 

모기

침으로 콕 찌르고 애앵 애앵! 달아나고,

창으로 콱 찌르고 왜앵 왜앵! 울고 가네

네가 왜 그 야단이냐? 찔린 것은 나인데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물자라

연못 마을 물자라네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저 혼자서 아기 업고 다니네요,

아기들 배고파 울면 젖은 누가 주나요.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바퀴벌레

얼굴도 새까맣고 손발도 새까매서,

징그럽고 더럽다고 미움받는 바퀴벌레,

다리에 바퀴를 달았나 빠르기도 합니다.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부엉이

벼랑위 바위틈에 살고 있는 부엉이는

낮에는 꼼작 않고 집안에 있더니만

밤되니 놀러다니네 안경잡이 부엉이.

<’04년 대구아동문학회>

 

비이버

물을 너무 좋아해서 물에 사는 비이버는

나무로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물속 집을 지어요.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사자

사자네 가족들이 하는 일을 보셨나요

엄마는 사냥가고 아빠는 잠만 자고

귀여운 아기사자는 저희끼리 놀아요.

 

소쩍새

솥이 작다 소쩍소쩍 소쩍새가 울고 있네

솔바람에 실려 오는 구슬픈 그 소리는

나까지 잠을 못 자고 밤을 새게 합니다.

 

쇠똥굴이

젖소들이 살고 있는 목장의 풀밭에서

쇠똥굴이 아기들이 소똥을 뭉칩니다

소들의 발에 밟히면 어쩌려고 저러나.

 

소금쟁이

물위를 땅위처럼 걸어가는 소금쟁이

우리가 학교에서 체육을 할 때처럼

친구를 등에 업고도 쏜살같이 달려요.

 

잠자리

메밀밭에 잠자리는 메밀색 옷을 입고

고추밭에 잠자리는 익은 고추 색깔이지

저마다 사는 곳 따라 몸 색깔이 달라요.

 

캥거루

어머니 캥거루가 아기를 낳았는데

업을 줄도 모르지만 안는 것도 알지 못해

배꼽에 주머니 달고 거기 넣고 다녀요.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코끼리

코가 너무 길다 해서 코끼리라 부르는가

이빨도 길고 큰데 이끼리라 하면 어때

두 귀도 방석만 하니 귀끼리도 되겠네

 

타조

날지도 못 하면서 날개는 왜 가졌니

덩치는 커다란게 왜 그렇게 겁이 많니

아기가 놀자고 해도 달아나는 겁쟁이

 

파리

두 손을 싹싹 빌며 조금만 먹자해요

두 발을 싹싹 빌며 마실 것 좀 달래요

그러다 살충제 맞고 쓰러지는 파리들

<’01. 한국동시조 제12집>

 

갈매기

새하얀 고운 날개 갈매기가 없고 보면

머나먼 바닷길이 얼마나 지겨울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파도마저 정겹다

 

뱃길을 앞서가는 갈매기가 아니라면

아득한 수평선이 얼마나 막막할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바닷길이 즐겁다

 

개미와 새우

하늘은 가이없이 멀고도 높은데도

개미는 그 하늘이 낮다고 생각하나

땅속을 파고들어가 몸을 낮춰 삽니다.

 

바다는 끝도 없이 넓고도 깊다는데

새우는 그 바다가 좁다고 생각하나

언제나 작은 허리를 꼬부리고 삽니다.

 

거북이

세상구경 하고 싶어 땅으로 나왔지만

등딱지가 무거워서 걷기가 힘들겠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무슨 구경 하겠나

 

네가 살던 고향으로 서둘러 돌아가라

바다까지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멀다

해지고 날이 저물면 어쩌려고 그러나

 

까치

마당 앞 팽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

아침마다 나만 보면 제 이름을 불러줘요

자기가 까치란 것을 알려주려 하나 봐

 

흰 저고리 까만 조끼 단정한 차림으로

꼬랑지를 흔들면서 제 이름을 말해줘요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줄 아나 봐

 

까치네 오두막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오두막집

바람이 오고가며 자꾸만 흔드니까

가만히 앉아있어도 흔들흔들 좋겠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초가삼간

하늘이 가까워서 아기별이 놀러오니

등불을 켜지 않아도 초롱초롱 밝겠다.

 

까치집

나뭇가지 물어다가 벽을 쌓고 지붕 덮고

엄마까치 아빠까치 부지런히 집을 짓네

두 부부 새살림 차릴 조그마한 오두막

 

아빠는 방 한쪽에 침대를 들여놓고

엄마는 깃털 모아 이부자리 마련하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레 꾸미네.

<’10.「현대문예」통권 57호>

 

따개비

하늘과 마주닿은 수평선을 멀리 두고

파도가 비질하여 씻어주는 갯바위에

따개비 오두막들이 올망졸망 있어요

들고나는 뱃고동에 잠이 들고 잠을 깨는

단간방 작은 집은 울도 담도 없지만은

끝없이 넓은 바다를 뜰로 하고 살아요

<’10. 동시조문학 26호>

 

매미

조용한 시골에는 매미들도 조용하지

소리가 작더라도 모두가 잘 들으니

정답게 속삭이듯이 미음미음 울어요

 

시끄러운 도시에는 매미들도 시끄럽지

큰 소리가 아니면은 아무도 못 들으니

목청껏 악을 쓰면서 매암매암 울어요.

 

메뚜기

벼논에 메뚜기는 벼를 닮은 벼메뚜기

노릇노릇 물이 들며 벼이삭이 익어가면

파랗던 벼메뚜기도 노란몸이 되지요

 

콩밭에 메뚜기는 콩을 닮은 콩메뚜기

콩꼬투리 알이 들어 통통하게 굵어가면

조그만 콩메뚜기도 토실토실 살쪄요.

 

반딧불이

손톱만한 초승달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초가집 추녀 끝에 참새도 잠든 시간

깜박이 등불 하나가 동구 밖을 나서네

 

집나간 아들 생각 밤이면 더 간절해

혹시나 하는 마음 반딧불로 살아나서

밤길을 밝히고 있네. 반딧불이 초롱불.

 

버들붕어

하느님 궁궐 안에 한 그루 버드나무

어느 날 그 잎들이 바람에 휘날려서

우수수 땅을 향해서 떨어지게 됐대요

 

버들잎이 흙에 닿아 썩을 것을 걱정해서

하느님이 비로 쓸어 냇물에 넣었는데

그것이 모두 살아서 버들붕어 됐대요

 

소라게

소라껍질 단간 집에 주인이 바뀌었네

누구가 이사왔나. 전세냐 사글세냐

외짝문 살며시 열고 내다보는 소라게

 

끝없이 넓은 갯벌 아무데나 살 것이지

집이 무슨 봇짐이냐? 통째로 끌고 가게

단간집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소라게

 

출처 :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글쓴이 : 김종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