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오래된 농담 - 천양희 오래된 농담 - 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 시 산책 2018.02.17
[스크랩] 최영미 시 모음 ●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시 산책 2018.02.07
[스크랩] 자화상 / 유안진 Peter Mitchev 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년 살고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뒷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아, 祖國 - 박 두진 아, 祖國 - 박 두진 한번쯤은 오늘 아침 조국을 불러보자. 한번쯤은 오늘 아침 스스로를 살피자. 바람과 햇볕살과 江줄기와 산맥 사이 살아서 길리우다 죽어 안겨 품에 묻힐, 조국은 내가 자란 육신의 고향 조국은 나를 기른 슬픈 어머니. 白頭 먼 天池 위에 별이 내리고 南海 고운 漢擊 아..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세한도 시 (신현정 외 15인) 세한도(歲寒圖) / 신현정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뻗치고 휘어지고 창창히 뻗은 소나무 아래 지붕 낮게 해서 엎드린 그 집 주위를 한 열 번은 더 돌게 되리라 우선 당호(堂戶)에 들기 전 헛기침을 해보고 그..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아름다움 / 나태주 아름다움 시 / 나태주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사진, 이미지 편집 / 박알미 음악 / 트롤리의 장미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숨길 수 없는 노래 2 / 이성복 *Natalia Osipova (Russian ballerina) **그건 아주 쉽지 / 이동원 숨길 수 없는 노래 2 이성복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유치환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마침내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집도 새도 나무도 마음도 온갖 것을 소리 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아슬한 조각달이 거리 위에 내걸리고 등들이 오르고 교회당 종이 고요히 ..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그 빈 자리 - 유하 그 빈 자리 - 유하 미류나무 앙상한 가지 끝 방울새 한 마리도 앉았다 날아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문득 방울새 한마리 앉았던 빈 자리가 우주의 전부를 밝힐 듯 눈부시게 환합니다 실은,지극한 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온 미류나무 .. 시 산책 2018.01.28
[스크랩] 곡비/ 고은 , 문정희 곡비/ 고은 조선시대 양반 녀석들 딱한 것들 폼잡기로는 따를 자 없었다 그것들 우는 일조차 천한 일로 여겼것다 슬픔조차도 뒤에 감추고 에헴에헴 했것다 그래서 제 애비 죽은 마당에도 아이 아이 곡이나 한두 번 하는둥마는둥 하루내내 슬피 우는 건 그 대신 우는 노비였것다 오늘의 지.. 시 산책 2018.01.28